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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logy World

제3세대의 살충제

by N.biologists 2022. 7. 21.

제3세대의 살충제

 

곤충은 키틴질로 되어 있는 외골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딱딱한 외골격을 벗겨내야 성장한다. 이 과정을 탈피(脫被, molting)라 하는데 유충이 발생하는 기간에 여러 번 일어난다. 마지막 탈피 후 성체가 출현하며 몇 가지 곤충류에서는 초기 애벌레와 비교하면 그 모습이 아주 다르다. 곤충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뚜렷한 변형과정을 변태(變態, metamorphosis)라고 한다. 그리고 휴면기에 번데기 (pupa)라고 하는 시기가 형성된다. 누에(Bombyor morr)의 발생시기, 즉 애벌레, 번데기, 성체 등의 시기를 보여주는데, 변태는 다 성장한 애벌레가 스스로 지은 고치(cocoon) 속에서 일어난다. 탈피는 스테로이드성 호르몬인 엑디손(ecdy-sone)이 자극하며, 애벌레에서 번데기로의 탈피뿐만 아니라 애벌레에서 애벌레로의 탈피를 진행시킨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가? 알라타체(corpora allata)라고 하는 한 쌍의 선에서 유충(幼蟲)호르몬(juvenile hormone, JH)이 생산분비된다. 이 유충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는 한 엑디손은 애벌레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유충호르몬의 양이 저하되면 엑디손은 번데기의 형성을 촉진한다. 그리고 유충호르몬이 없으면 성체가 유도된다.


이 기작은 실험으로 잘 입증할 수 있다. 만일 누에의 어린 애벌레의 알라타체를 다 성숙한 애벌레에 이식시켜 주면 변태는 일어나지 않게 되고 탈피만 해서 아주 큰 애벌레가 될 뿐이다. 그러나 다 큰 애벌레로부터 추출한 알라타체는 그러한 효과가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변태는 성숙된 애벌레에 있는 알라타체가 생산하는 JH의 양이 갑자기 줄어들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JH는 성체의 구조를 지배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듯하다.


JH의 역할은 최초로 영국의 곤충 생리학자인 V. B. Wigglesworth의 실험으로 상세히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곤충의 성체는 탈피를 하지 않지만 충분한 양의 엑디손을 처리하면 강제로 탈피하도록 할 수 있다. 만일 JH 를 이 곤충의 외부 골격에 처리하여 주면 처리 부위가 영향을 받아서 탈피하는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현상은 애벌레의 구조형성과 관련있는 유전자가 성체의 세포에선 억압되어 있었지만 처리에 의하여 다시 활성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곤충의 생활사 중 어떤 시기에서는 JH가 존재하면 곤충을 비정상적으로 발육케 하여 죽게 한다. 예컨대 JH 를 성숙한 유충에 뿌려주든지, 먹는 잎에 발라 주면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한다. 이 사실은 JH가 살충제로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JH 를 야외상태에서 살포해 본 결과 너무 불안정하여 살충제로서는 실용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JH 구조가 알려진 이상 유기화학자가 이와 유사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JH 유사제품 (JH mimics)에는 JH보다 더 효과적이고 다 안정성이어서 모기와 파리 박멸용으로 상품화된 것이 있는데, 모기의 애벌레에는 치명적이나 번데기와 성체에는 아무런 해가 없었다. 종래의 살충제들 예를 들어 유기염소계, 유기인산계 살충제와는 달리 JH 유사제품은 다른 동물에게는 독성이 없으며, 그 구조가 곤충체의 구조와 아주 비슷하므로 해충들이 JH 유사제품에 대한 저항성을 가질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곤충 내분비학을 연구하는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Carroll Williams는 이 물질을 제1세대 살충제 (비산염 같은 무기 염소계), 제 2 세대 살충제 (DDT, 파라티온 같은 유기인산계)에 이어 “제3세대 살충제”(third generation insecticides)라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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