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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logy World

DDT

by N.biologists 2022. 7. 20.

DDT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대부분 케냐에서 수입되어 오던 제충국은 매우 귀하게 되어 다른 대용품의 개발이 시급히 요청되었는데, 오랫동안 실험실 한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DDT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DDT의 살충기작은 1930년대 후반에 밝혀졌으며, 현재는 싼 가격으로 많은 양을 합성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역사상 전염성 질병보다는 외상에 의해서 더 많은 사상자가 생긴 최초의 전쟁이었다. 이것은 페니실린(penicillin)이나 설파제 (sulfa drug)의 개발과 더불어 DDT가 군대집단에 신속히 보급된 덕택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DDT는 작물의 해충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말라리아(모기), 황열병(모기), 페스트(벼룩)를 전염시키는 매개충을 퇴치하고자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었다. DDT는 자연상태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므로 특히 말라리아모기에 효과적이다. 각 가정에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DDT를 벽에 뿌려 두면 모기가 완전히 박멸된다. 스리랑카에서 DDT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연간100만 건 이상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였지만 DDT의 사용으로 1963년에는 말라리아 병이 이 섬에서 완전히 없어졌다. 그러나 DDT의 사용으로 야기되는 위험성에 대해서 점차 관심이 많아지자 1960년대 중반기에는 사용을 중단했는데, 이후 곧 말라리아병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DDT 사용의 성과가 뚜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1946년 스웨덴의 학자들이 DDT에 내성을 가지는 집파리의 개체군이 발생했음을 보고한 바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발표되었다. 현재 모기나 많은 작물 해충을 비롯하여 100종류 이상의 곤충에서 DDT에 내성을 보이는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즉 DDT의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자연선택압도 높아지고 DDT에 내성인 파리와 모기의 돌연변이체가 확산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다른 살충제를 대체 개발하려는 연구가 촉진되었다. DDT 유기염소계(chlorinated hydrocarbon) 살충제로서 이 중 메톡시클로르(methoxychlor)가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DDT에 내성을 갖는 해충은 유사한 약제에도 쉽게 내성을 갖는다. 유기염소계 살충제에는 DDT와는 분자구조가 전혀 다른 앨드린(aldrin), 디엘드린(dieldrin), 엔드린(endrin) 등이 있는데 이 중에는 DDT에 내성인 해충에 대해서도 유효한 것이 있다. 그러나 이들 약제는 DDT 보다 더 독해서 인간이나 야생동물에 해를 끼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물이나 토양에 독성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


1972년 12월 31일을 기해서 미국에서는 공중위생을 목적으로 하는 곳에만 DDT를 사용하도록 DDT의 사용을 제한하였다. 이것은 DDT가 어떤 해충은 감소시키는 대신 다른 해충을 증가시키는 것 이상으로 생물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점차 인식하고 취한 조치이다. 매우 낮은 농도의 DDT를 감지할 수 있는 화학분석기술이 발달하여 DDT가 생물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널리 분포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DDT를 제조하는 공장이나 사용하는 농장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내의 DDT 함량을 조사한 결과 지방조직의 DDT 농도가 혈액에서보다 1,000배 정도 높았다. DDT는 물에는 불용성이지만 지방용매에는 매우 잘 녹기 때문에 지방조직에 우선적으로 저장되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직업상 DDT를 다루는 사람들의 체내에서 DDT가 검출되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으나 일반인의 체내에서도 DDT의 잔류물이 발견되었다. 이 DDT는 어디로부터 체내에 들어온 것일까? DDT가 뿌려졌던 작물로 만든 음식물 중의 잔류성분을 사람이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에스키모인들은 DDT의 잔류성분이 전연 포함되지 않는 음식물만을 먹고 사는데 그들의 지방조직에서도 DDT가 검출되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DDT가 체내에 들어올 또 다른 가능성은 DDT가 들어 있는 먼지를 흡입하는 것이다. 이런 먼지는 가정에서 살충제로 사용하는 DDT에 의해서 생길 수도 있고, 방사성 강하물(降下物)처럼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 사용된 것이 날아와 생길 수도 있다. 인간 체내의 DDT 함량은 위험한 수준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훨씬 많이 DDT에 노출된 사람이라도 나쁜 영향은 없는 듯하다. DDT에 노출되면 처음엔 혈액내의 DDT(대사산물로서 DDE) 함량이 급히 높아지나 점차 일정하게 유지된 다음 빠른 속도로 배출된다. 


약간의 DDT에 노출될 때 해가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지만 DDT 나 다른 유기염소계 살충제가 어류나 지렁이, 로빈(robin)새 등에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DDT가 생물체에 끼치는 위험성은 먹이연쇄의 최종단계에 있는 생물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인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DDT는 다른 생물체에서도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예를 들어 모기를 박멸하기 위하여 늪지에 DDT를 뿌리면 여기에 서식하는 아주 작은 플랑크톤의 세포내에서 극소량의 DDT가 검출된다. 이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조개류에서는 플랑크톤보다 10배 정도 높았으며, 조개를 먹고 사는 갈매기에서는 40배 이상의 DDT가 축적되었다.영양단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DDT 농도는 증가한다. 이처럼 짧은 먹이연쇄에서도 그 농도가 400배로 증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 긴 먹이연쇄의 최종단계에 있는 육식동물(물수리, 펠리칸, 송골매, 독수리 등)은 번식력이 매우 감소되어 결국 개체군의 크기가 작아진다. 체내의 유기염소계 살충제의 축적량이 높으면 알껍질의 두께가 감소되며, 그 결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DDT나 다른 살충제의 살포로 말미암아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곤충들이 희생되는데, 이것은 생태학적으로나 경제학적인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사과를 재배하는 사람이 나방유충이나 사과 구더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DDT를 한번 사용하여도 깍지벌레나 진딧물과 같은 해충이 급격히 번져 과수원이 황폐화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DDT를 시용함으로써 목적으로 삼은 해충뿐만 아니라 깍지벌레나 진딧물의 천적까지도 죽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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