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에서 세포로
원시 상태의 지구에서 자기복제기능과 촉매기능을 갖춘 중합체가 출현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분자에서 세포로 발전하기 위하여 우선 거대분자의 복합체인 원시세포(原始細胞, protocell)를 그 주위로부터 분리시키는 경계막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초기 원형질막은 원시세포의 내부와 외부의 물질이동을 허용해야 한다. 원시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합성반응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과 연결되어 일어나며, 이 두 가지 반응은 효소가 촉매로 작용하여 일어난다. 이러한 원시세포는 어느 시점에서 어버이의 유전정보가 그대로 복사되어 딸세포로 전달되고 어버이의 형질을 보유한 두개의 딸세포로 나누어진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하여 여러 실험실에서 수년 동안 노력하였으나 아직 그 결과는 단지 모델일 뿐 원시세포에 필요한 모든 특성을 충족시키지는 못하였다.
지금까지 설명한 자연발생설의 현대적 해석이 타당하다면 Pasteur가 틀렸다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Pasteur 와 함께 과학자들이 부정하고자 했던 것은 현존하는 생물이 자연발생한다는 가설이다. Oparin의 학설은 현존하는 생물들보다 훨씬 단순한 생명체가 역사상 한번만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가설이다(이러한 사건이 단 한번만 일어났다는 것을 우리가 믿는 근거는 모든 생물들이 생화학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세포의 미세구조들이 뚜렷한 유사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는 것은 오늘날에는 더 이상 자연발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 바다 속 유기물의 농도가 지금은 충분하지 못하다. 둘째 유기분자 복합체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분해되고 만다. 이러한 유기분자 복합체가 생물로 진화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박테리아 같은 생물들에 의하여 분해되거나 대기중의 산소에 의하여 산화되고 말 것이다.
생명의 여명기
지구상에 생물이 언제 처음으로 출현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생성연대가 정확히 파악되는 암석 속에 간직된 화석 증거를 조사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생물의 화석 증거가 캄브리아기(Cambrianera)의 암석에서 발견되었는데, 6억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석들은 삼엽충, 연체동물, 극피동물과 그와 유사한 복잡한 생물의 화석들이다. 화석으로 나타나는 생물이 이들로부터 유래한 현존하는 생물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형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동물보다 앞서는 훨씬 단순한 생물들이 먼저 출현하였을 것이 확실하다.
드물기는 하지만 선캄브리아기의 화석이 간혹 발견된다. 박테리아처럼 보이는 생물의 잔해가 30억년이 넘는 암석 속에서 발견되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고 불리는 독특한 구조를 함유하고 있는 오래된 암석은 얕은 물 속에서 살았던 박테리아의 잔해가 모여서 층상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짐작된다. 오늘날에도 그러한 생물체가 침적되어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유사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주목할 만한 사실의 발견이 생명의 여명기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지구가 존재해 온 시간의 거의 4/5 정도 기간에 걸쳐서 생물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 확실하다. 처음 생성된 지구가 생물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는 데는 수십만 년이 필요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앞에서 이미 설명한 이러한 과정들의 단계(단순한 유기분자· 중합체 → 원시세포 → 미생물)가 일어나는데도 10억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최초의 생명체들은 어떻게 영양을 취하였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로는 Oparin이 최초로 제시한 것으로서 초기의 생명체는 종속영양생물(heterotroph)로서 그들이 출현한 대양의 유기분자인 바로 그 수프를 취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종속영양만으로는 무한정 생존을 유지할 수 없었다. 초기의 원시 대양의 유기분자 수프가 아무리 많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이러한 영양섭취 방식으로 고갈되고 말았을 것이다. 생물 진화과정이 멈추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독립영양생물이 진화하여 주위의 무기물에서 새로운 유기분자를 합성할 수 있어야 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최초로 출현한 생명체가 바로 독립영양방식을 취하는 생물이었다는 것이다. 독립영양생물(autotroph)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광합성으로 그들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만약 광합성을 하지 못하였다면,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메탄 생성 박테리아처럼 화학독립영양 박테리아(chemoautotrophic bacteria)가 생겨났을 것이다. 이러한 생물체들은 두 가지 성분, 즉 원시 지구의 대기중에 풍부했던 수소와 이산화탄소에서 그들의 대사작용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공급받았을 것이다. 수소와 이산화탄소는 초기 생명체들이 생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공급해 준다. 이러한 독립영양생물들의 활동으로 대기중의 CO2 농도가 감소되었기 때문에 지구와 인접한 행성인 화성에서처럼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로 기온이 너무 높이 올라가 생물이 살 수 없는 극심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가 지구상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진정세균(eubacteria), 시원세균(archaebacteria), 그리고 진핵생물(eukaryote)의 주요 세 가지 그룹의 생물이 있다. 진정세균(대장균 따위)과 시원세균(앞의 절에서 이미 설명한 메탄 생성 화학독립영양생물 따위)은 모두 원핵생물(prokaryote)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물들을 분자 구성상의 세밀한 특성으로 볼 때 진정세균과 시원세균의 차이는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의 차이만큼 크다. 이들 세 가지 생물 분류군들은 모두 그 기원이 오래 전에 갈라진 종류를 대표한다. 시원세균은 그 명칭과는 달리 진정 세균보다 오래된 것은 아니며, 아마도 최초의 진핵생물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현했을 것이다.
'Biology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류학:생물의 분류 (0) | 2022.07.24 |
---|---|
진핵생물의 기원 (0) | 2022.07.24 |
유기분자의 비생물적 합성 (0) | 2022.07.24 |
생명의 기원과 진화 (0) | 2022.07.24 |
종의 기원 (0) | 2022.07.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