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의 조절
식물이 왕성한 생장을 보일 때 정단분열조직에서는 유사분열에 의해 줄기조직을 이루는 세포와 잎눈을 구성할 세포가 형성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정단분열조직이 꽃눈을 형성하는 시기에 이른다(때때로 왕성한 생장이 멈추는 시기이다).
무엇에 의해 개화과정이 시작되는가? 다시 말해서 무엇이 식물로 하여금 잎눈 생성을 멈추고 꽃눈을 생성하게 하는가? 어떤 경우에는 자극이 순전히 내부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며, 때로는 변화가 환경에 의해 야기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있는 한 종의 식물은 거의 동시에 꽃을 피운다. 이것은 여러 식물이 다른 시기에 자라기 시작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동시에 꽃이 피는 반응은 계절이 바뀌면서 낮과 밤의 길이가 변화함에 따라 나타난다. 이러한 광주기성도 타가수분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식물이 빛을 받는 낮길이의 변화에 의해 개화가 일어난다는 발견은 1920년 미국 농무성에 근무하던 두 명의 생리학자인 W. W. Garner와 H. A. Allard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새로운 담배 변종인 매릴랜드 맘모스(Maryland Mammoth)가 다른 담배 변종과는 달리 여름 동안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을 보고 당황하였다. 그런데 온실에서 보호를 받던 이 변종이 크리스마스 때쯤 꽃을 피웠다. 이들은 겨울에 인위적으로 빛을 비추어 주고 여름에는 인위적으로 어둡게 하는 상당한 실험을 하고 나서 개화반응은 낮의 길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반응을 광주기성(photoperiodism)이라 하였다. 낮길이가 짧은 때에만 매릴랜드 맘모스의 개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단일식물이라 하였다. 국화, 포인세티아, 도꼬마리 등의 식물도 단일식물이다. 다른 식물들(예, 시금치, 사탕무우, 무우 등)은 낮길이가 길 때에만 개화하는데, 이를 장일식물이라 한다. 토마토와 같은 종은 빛을 받는 기간에 의해 개화가 밀접하게 조절되지 않는 중일식물이다.
광주기성이 발견됨으로써 식물 발생에 관한 몇 가지 수수께끼가 해결되었다. 첫째, 식물이 자라는 계절 동안 여러 식물이 잇달아서 개화되는 기작을 광주기성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 봄에 처음 개화되는 꽃으로부터 가을에 최종적으로 개화되는 꽃에 이르기까지, 한 식물종에 이어 다른 식물종이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연달아 꽃을 피운다. 이제 우리는 가을에 개화하는 국화와 달리 시금치가 왜 여름에 키가 커져서 꽃을 피우는지를 이해한다. 둘째, 광주기성에 의해 한종의 식물이 왜 동시에 개화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몇몇 개체들이 봄에 다른 개체들에 비해 일찍 생장을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있는 그들은 모두 동시에 꽃을 피운다. 셋째, 광주기성에 의해 많은 식물종이 비교적 좁은 위도 범위에서만 성공적으로 자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장일식물인 시금치는 낮길이가 충분히 길지 않은 (14시간)열대지방에서는 성공적으로 개화할 수 없다. 단일식물로 엉거시과에 속하는 호그위드(ragweed)는 Maine 주 북부에서는 번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꽃피기 시작할 정도로 낮길이가 짧아지고 나서는(8월) 생식과정이 끝나고 종자가 미처 성숙하기 전에 서리가 내려 식물을 죽이기 때문이다.
광주기성 기작
광주기성의 발견으로 많은 식물 생리학자들이 그 작용기작을 좀더 탐색하게 되었다. 그들은 곧 단일식물이나 장일식물이란 용어가 잘못되었음을 알아냈다. 낮 기간 동안 암기를 삽입하더라도 개화과정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밤 기간 동안 인위적으로 빛을 비춘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도꼬마리와 같은 단일식물이 밤 기간 동안 잠깐이라도 빛을 받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개화과정에서는 낮길이가 아닌 밤길이가 중요함이 분명해졌다. 단일식물은 실제로는 장야식물인 셈이다. Michigan 주의 위도에 서식하는 도꼬마리를 예로들면, 이 식물은 밤길이가 8(1/2) 시간 이상이 되어야 개화한다. 이러한 밤 기간 동안에 잠깐 비춰지는 섬광에 의해서도 개화하지 않는다.
꽃눈은 분열조직에서 발달되지만 광주기 자극이 그 부위에서 감지되지는 않는다. 잎이 자극의 수용체이다. 도꼬마리에서 다른 잎들이 충분한 암기를 갖지 못하고 단지 한잎 또는 한 잎의 극히 일부분만이 8(1/2) 시간의 암기를 갖는다고 해도 그 식물은 전체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이런 실험결과는 호르몬이라 가상할 수 있는 어떤 자극이 잎으로부터 분열조직으로 전달되었음을 암시한다. 이 접목 실험이 이런 생각을 지지한다. 적절한 광주기 처리를 받은 도꼬마리를 부적절한 광주기 처리를 받은 도꼬마리에 접목시키면 두 식물은 모두 꽃을 피운다. 여러 식물들을 연속적으로 접목시켜서 자극이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지를 추정할 수도 있다. 이 자극을 화성소(花成素, florigen)라고 한다. 화성소의 작용이 밝혀지고 나서 반 세기가 지났지만 아직 그 분자의 특성은 불분명하다. 화성소는 한 호르몬일 수도 있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호르몬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 적어도 도꼬마리에서 화성소는 한번에 생성된다. 도꼬마리는 한번만 8(1/2) 시간 이상의 밤 기간이 처리되면 그 후에 부적절하게 짧은 밤 기간이 처리된다고 해도 꽃을 피운다.
“장일식물' 역시 잘못 붙여진 명칭이다. 시금치나 여기에 속하는 다른 식물들은 낮기간을 짧게 하면서 밤 기간 동안 잠시 빛을 비추면 성공적으로 꽃을 피운다. 따라서 이러한 "장일식물은 실제로는 단야식물이다. 이들은 밤이 지나치게 길지 않으면 꽃을 피우는 것이다.
단야식물의 작용기작은 장야식물에 비해 보다 복잡한 듯하다. 단야식물인 사리풀을 장야 상태에 두면 개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야 상태에서도 그 잎을 제거하거나, 낮은 기온에 두거나, 또는 혐기성 상태에 두면, 이 식물은 장야에 의해 야기되는 저해효과를 극복하고 개화한다. 이것은 암기 동안 몇몇 저해 물질(이것은 앱시스 산일 수도 있다)이 잎의 대사과정에 의해 생겨남을 의미한다. 이 물질이 너무 많이 축적되면 개화를 저해한다. 그러나 식물의 정상 대사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이 물질은 느린 속도로 축적된다.
이러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단야 상태에 있는 식물에서도 잎으로부터 분열조직으로 개화 자극이 전달된다는 증거가 있다. 사실 이 자극은 장야식물에서 형성된 "화성소와 동일함이 밝혀졌다. 단야식물을 장야식물에 이식하면, 장야식물이 정상적으로는 개화할 수 없는 단야 상태에서 두 식물이 모두 개화하는 것이다.
'Biology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의 무성생식 (0) | 2022.07.12 |
---|---|
피토크롬 (0) | 2022.07.12 |
종자 및 열매 (0) | 2022.07.12 |
꽃과 수분 (0) | 2022.07.12 |
세대교번 및 육상생물의 문제 (0) | 2022.07.11 |
댓글